두가지 초대

 

반 고호의 “식당의 내부”라는 평범한 제목의 이 그림을 보았을때 왠지 마음에 들어 따라 그려봤다.  서툴게나마 대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다 보면 마치 내가 그가 되어 그리고 있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리다가 문 테두리와 벽에 강한 붉은색 칠을 한 것이 유월절 즉 예수님의 피를 상징한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어린 양의 피로 씻은 예복을 입은 손님만 들어갈 수 있는 만찬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으로된 테이블보와 꽃으로 장식되고 세팅된 테이블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손님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이 그림을 어제 미술수업에서 소개하며 나에게 이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성장을 하고 연회장에 들어가고 싶다는 나의 바램을 전달했다.

이 그림을 그리며 한 때 좋아했던 보들레르의 “여행에의 초대” 라는 시가 생각났다.  그가 연인을 초대하는 곳은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장소로 모든 장식물이 완벽하게 아름답고 질서정연하며 관능적인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이다.

“내 사랑, 내 누이야, 꿈꾸어 보렴 거기 가서 단 둘이서 사는 달콤한 행복을! 한가로이 사랑하며 사랑하며 죽을 것을, 너를 닮은 그 나라에서! 흐린 하늘의 안개서린 태양은 내 영혼엔 신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눈물을 통해 반짝이는 변덕스런 네 눈처럼 그곳은 모두가 질서와 아름다움 호사, 고요, 그리고 쾌락…”
 
한국 드라마에서 처럼 외모마저 준수한 재벌가의 아들이 가난한 한 여자에게 나타나 사랑에 빠진다면 그녀를 힘든 노동을 해야하는 일상에서 구출해서 보들레르가 그린 환락과 사치의 극치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고 그녀는 고생 끝 행복 시작인 것이다.

함정은 그 것이 “여행”이고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시 처럼 세상은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유혹되지 않는다. 더 좋은 곳에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여행지가 아닌 영원한 거주지가 될 그 곳은 예수님의 피로 인해 정결해진 사람들이 사랑하며 평화롭게 사는 정의로운 곳이다.

보들레르는 유혹을 초대라고 부르지만 초대든 유혹이든 그리로 가지 말고 더 좋은데 같이 가자고 나도 사람들을 유혹? 해야겠다.  나에게 주신 탈렌트를 이용해서.

 

 

 

 

 

 

 

 

반고호의 Interior of a Restaurant

 

 

 

 

 

 

 

나의 모작.  제목을 Wedding Banquet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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