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피넛버터 팔콘(The Peanut Butter Falcon)

영화: 더 피넛버터 팔콘(The Peanut Butter Falcon)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를 보며 행복했다.  보면서 편안히 쉴 수 있었던 영화.  그냥 Feel-good 영화가 아니라, 명작이다. 각각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가족으로 부터의 버림을 받은 경험을 한 세 명의 젊은이들이 만나, 로드 트립을 하는 이야기이다.

다운 증후군을 가진 자크(잭 갓츠에이즌, Zack Gottsagen)는 20대의 젊은 나이지만, 가족으로부터 버려져 정부 결정에 의해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생활하다가 프로레슬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위해 그 곳에서 탈출한다. 

작은 키에 몸매가 펑퍼짐하고 말과 걸음이 느린 자크는, 같은 20대이지만 날렵한 몸 동작과 큰 키를 가진 타일러(샤이아 라보프, Shia LaBeouf)를 만난다. 타일러는 자신의 실수로 형을 죽게한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어부에서 좀도둑으로 전락해 술을 마시며 아무렇게나 살다 도둑질이 들통나 폭행을 당하고 이를 보복하기 위해 불지르고 달아나는 중이다.  타일러는 처음에는 느림보 자크을 거부하지만 십대 소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보호자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등장하는 세 번째 인물은 양로원에서 자크에게 친절했던 여직원 엘레노어(다코타 존슨, Dakota Johnson).  그녀는 남편을 암으로 잃은 젊은 과부로, 노인들 돌보는 일을 하며 위안을 삼는데, 상관의 지시로 없어진 자크을 찾아다니다 자크와 타일러를 만나 그들의 로드 트립에 합류하게된다.  벌거숭이의 오갈데 없는 그가 타일러를 만나, 둘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타일러는 자크에게 자신의 옷과 신발을 하나씩 입혀주기 시작한다.

나에게 특히 인상적이 었던 몇 장면이 있다.  우선, 영화 초기에 나오는 장면. 양로원에서 두번의 탈출에 실패한 후 직원 엘레노어가 자크에게 야단을 치자, 자크가 “나는 젊어.  나는 늙은이가 아냐.  (룸메이트를 가리키며) 칼(Carl)은 늙었어.  우리는 서로 달라.  근데 왜 내가 여기 있어야해?”라고 묻자 엘레노어는 정부에서 그를 여기에 배정했으니, 다른 옵션이 없다고 받아들이라고 한다.  정부 명령에 의한 셧다운을 경험한 후라 갇혀있는 상황에 대한 그의 답답한 심정에 공감이 갔다. 다른 옵션이 없다는 것은 자유가 없다는 뜻이다.

다운증후군이라는 병명에 의해 분류되고 상자 즉 양로원 안에 넣어져, 상자 밖으로 손도 뻗쳐보지 못하는 갇힌 상황에 있게된 자크는 비록 그곳이 그에게 맞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곳일지라도, 거기에서 나갈 자유가 없다.

자크가 늙은이라고 부른 엔지니어 출신 룸메이트는 쇠창살에 힘을 가해 양 옆으로 벌려서 묶은 후, 자크에게 몸에 로션을 바르고 빠져나가라고 한다.  로션을 발라 미끄러운 자크의 포동프동한 몸이 창살을 빠져나가는 장면은 우습고, 통쾌하고 한편 안스럽기도 하다.  팬티만 입고 아기같은 모습으로 대책없이 바깥 세상에 나와 뛰어가는 자크.

창살을 빠져나가기 전 자크는 칼에게 “아저씨는 이제부터 내 절친이에요.  내 생일파티에 초대할게요” 라고 말하는데 이 엉뚱한 말이 지금 생각해보니 참 중요한 말이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엘레노어가 해변에 누워서 자고 있는 자크를 발견하고 달려가고 타일러가 자크에게 셔츠를 입으라고 건네주자 엘레노어가 이를 낚아채 자신이 자크에게 입혀주기 시작한다.  타일러가 그는 22살이고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다고 해도 엘레노어는 끝까지 입혀주고 이제 다 됐다고 하며 자크를 차에 싣고 데려가려 한다.  그녀는 타일러에게 다운증후군이 있는 어린애를 허허벌판에 왜 데리고 있냐고 야단치자 타일러가 내가 그를 돌보고 있다.  그를 짐승처럼 우리 안에 가두지 말라고 반박한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세 사람이 뗏목을 타고 가는 중, 엘레노어가 자크보고 위험하니 안전하게 더 안 쪽으로 옮겨 앉으라고 하고, 배고파? 사과줄까?  아니면 쵸콜릿? 하고 엄마가 아이한테 하듯이 물으며 가방을 뒤진다.  그 걸 보고 타일러가 엘레노어에게 할 말이 있는 듯, 자크에게 훈련을 하자며 머리를 물 속에 담그라고 지시하자 자크가 물을 무서워하는 걸 아는 엘레노어가 자크는 그거 못 한다고 이를 막으려한다. 

그러자 타일러는 엘레노어보고 자크을 저능아(retard)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다.  엘레노어가 자신은 평생 그런 말을 그 누구에게도 해본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자 타일러는 사람들이 “저능아”라고 부르는 건 뭘 할 능력이 안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계속 자크 보고 하지 말라, 안된다, 못한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를 “저능아”라고 부르는 거나 똑같다고 말한다.

이 부분도 일종의 갇힌 상황를 묘사하는 듯하다. 자크와 친한 엘레노어 조차, 자크의 가능성 보다는 한계를 설정하고 그를 그 경계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이에 상관없이 자크는 그가 세운 목표를 향해 동키호테처럼 돌진하고, 두 사람은 결국 그와 동행하여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자크를 처음 만났을 때, 타일러는 그에게 룰을 정해준다.  첫번째 룰은 “Don’t slow me down(내 진행속도를 늦추지 마).”  그러나 타일러가 1번 룰이 뭐였냐고 물어보면 자크는 “파티”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생일축하 파티를 하자는 것이다.  이 대사는 스크립트에 없던 것으로 자크가 자꾸 그렇게 답을 해서 넣게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고 싶어하는 자크를 보며 임산부가 받는 양수검사가 머리에 떠올랐다.  양수검사는 임산부가 받게되는 유전학 검사로 이 검사를 받는 이유는 태아가 염색체 이상인 다운 증후군일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이다. 양성반응일 경우, 부모에게 아기를 유산시킬 옵션을 주기 위한 것이다.  즉, 다운증후를 가진 아기는 세상에 태어날 가치가 없는 폐기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검사를 받으라는 제안을 받은 후 소수의 부모들은 아기가 다운증후를 가졌건 아니건 나아서 키울거니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거부하기도 한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어하는 자크는 그의 생명이 귀하다는 걸 알고있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 중 “좋은” 사람을 자신의 파티에 초대하고, 그를 내 친구 내 가족이라고 부른다.

언뜻 보기에 타일러와 엘레노어가 자크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크가 그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에 새 방향을 찾아가는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한다.

영화 중간에 자크가 물 속에서 세례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기독교가 강조된 영화가 아니고 그렇게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진짜교리를 가짜교리와 대체시키는 대부분의 소위 기독교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가 진짜 기독교 영화이다. 

갇힌 곳에서 탈출하여 자유의 땅을 찾아간다는 큰 그림도 그렇고, 벌거숭이 자크를 통해 오히려 그를 가두고 통제하는 권력자들의 부패의 민낯이 노출되고, 자크를 만난 후, “나 자신의 상처, 필요와 꿈”등 각각의 상황의 감옥에 갇혀 살던 세 사람이 “변화되어,” 자신의 감옥을 탈출하게 되고, 진심으로 사랑하여 친구관계를 넘어 “가족”으로 합쳐지게 되어, 함께 손 붙잡고 자유의 땅으로 떠나는 해피앤딩 즉, 굿뉴스를 전하는 영화 이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생일 소원을 너에게 주겠어”라고 자크가 타일러에게 말하는 장면도 몹시 인상적이다.  자신의 “필요”와 “욕구”만 알던 자크가 성숙해져서 타일러를 단지 의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를 친구이며 형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주겠다고 말함으로써 “사랑한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내용 뿐만 아니라 장면들이 참 아름답다.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자크가 타일러를 따라가는 장면. 답답한 너싱홈과 탁트인 바다의 대비가 갇힌 상태와 자유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세 사람이 물에서 세례를 받고, 물 속에서 함께 놀며 친해진 후, 물위를 항해해 자유를 찾아가는 모습. 내 마음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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