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작은 새

어제 저녁 주택국에서 제공하는 무숙자 및 저소득층을 위한 하우징 오리엔테이션에 통역하러 갔다.

번역이 잔뜩밀려있어 하루종일 스트레스 만땅이었는데, 돈도 적게 주는 그 일을 왜 맡았나 후회하며 다운타운까지 교통체증과 싸우며먼 길을 운전해서 갔다.

늦을까봐 황야의 무법자처럼 달린 덕분에 15분 일찍 도착했다.    금쪽같은 시간 십 분 간 눈을 붙이기로 했다.  전화기 알람을 세팅하고 자고 있는데, 톡톡하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아!  주황색 부리의 예쁜 새가 차유리 너머로 나를 빤히 보고 있다.  왜 날아가지 않는걸까?  신기하다. 황급히 전화기로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졸려서 생각나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야생이 아니라 누군가 집에서 키우던 새가 길을 잃은 것 같다.

시간이 되어서 차에서 나와 큰 강당에 들어서니 홈리스나 다름없는 모습의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있다. 안내하는 직원이 나보고 한국사람을 직접 찾아보란다.  몇 안되는 동양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니 다들 한국인이 아니란다.

할 수 없이 청중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Does anybody speak Korean here?  Anybody needs a Korean interpreter?”  잠잠하다.  멋쩍었다.

그런데 한 흑인 아줌마가 손을 번쩍든다.  “I do!”  그래서 내가 웃으며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니까 진짜라고 우긴다.  깔깔 웃는 아줌마.  어색해하는 나를 도와주려한 거 같다.  조용했던 강당 안이 웃음으로 가득찼다.

덕분에 무용지물이었던 나는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퇴장할 수 있었다.  직원의 실수로 필요없는 한국어 통역을 부른 거였다.

번역 마감시간을 놓칠까봐 안절부절하며 보낸 하루였는데, 길 잃은 새와 아줌마가 나를 웃게 해줬다.

돈이 안되는 일이어도 한국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중요한 일이었을텐데 투덜댄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못난 나는 항상 이렇게 길을 잃고 구조된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생각난다.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다면,
고통 하나를 가라 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쳐 있는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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