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그들을 전적으로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가진 자유를 한번에 조금씩 가져 오는 것이며, 너무 작아서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조각낸 권리들을 침식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런 변화들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지날 때까지 군중은 그들의 권리와 자유가 박탈된 것을 알지 못할것이다.
– 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중 –
인터넷이 막 세상에 나왔을 때, 상관이 내가 일했던 주 정부 건물의 최 상층에 있던 war room에서 커미셔너들에게 인터넷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서점에서 인터넷에 대한 책을 여러권 사다가 책상에 쌓아 놓고 준비를 시작했다.
첫 챕터는 항상 “인터넷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 하에 인터넷이 도래하게 된 유래를 설명하는데, 원래는 전 세계의 과학자들 간에 연구정보의 교환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되던 것을 CERN과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여러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인데, 인터넷 유래를 소개하는 내용은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 같아서 분배된 스크립트를 그대로 카피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World Wide Web, URL, TCP/IP, 등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모자이크라는 최초의 브라우저로 인터넷 접속 데모를 했다. 프레젠테이션 중에 접속이 실패할 때가 많았다. “만일 접속이 잘 안되어 이렇게 그냥 아무것도 없는 백지 화면이 뜨면 It didn’t happen”이라고 하면 모두들 웃었다. 그때 나는 인터넷이 마법의 거울같이 신기했다. 손을 대면 표면이 물같이 흐물흐물해져 그 너머의 세상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오래된 집에 있는 시간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신비한 골동품 거울처럼 느껴졌다.
그 때 소개했던 인터넷에 대한 기본 원칙 및 정부의 약속에는 1. 인터넷은 무상으로 공급되며 (net neutrality) 2. 상업행위가금지 되며 3.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기타 부도덕한 컨텐츠는 대중과 특히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금하며 4. Tcp/ip 기술을 이용하여 통용되는 모든 정보를 패킷이라는 패키지에 이중 삼중으로 담아, 우리 각자가 보내는 내용의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장되도록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있었다.
이 모든 약속은 법 자체를 바꿔가며 다 깨졌고 4번의 경우,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우리가 굳게 잠궈져 있다고 믿어온 패킷들이 사실 열린 상태로 교환되어 노출되어왔다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인터넷 주소인 URL(Uniform Resource Locator)은 모든 사물에 표준의 번호(ip address)를 매겨 자원이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제는 사물 인터넷으로 불리며 물건이나 장소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까지도 이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의 관리대상으로 번호가 매겨지고 있다.
금년 10월 부터는 Real ID가 시행되어 그 것 없이는 국내 항공여행 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 시점에, Real ID가 ID2020로 진행되면서 우리 모두 살아 숨쉬는 인간에서 단일 세계정부의 통제를 받는 자원으로 전락하는 이 시점에, 자유 독립을 축하할 것인가 아니면 그 소멸을 애도할 것인가. 그 때 파워포인트 배경으로 World Wide Web을 상징하는 거미줄 그래픽을 썼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주 적절했던것 같다. 우리는 거미줄에 걸렸고, 영화 매트릭스에서 처럼, 이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빠져나가는 거울의 표면이 빠르게 닫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