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먹고 있는 우리

중앙 블로그 – 마지막 글

이 방을 나가기 전 백신에 대한 글을 더 쓰려 했는데 시간이 없다.  지금 바쁘게 하고있는 일이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글에 썼던 CRISPR/Cas9 관련 유전자 조작 시스템을 인간 세포에 심어 DNA를 편집하는 내용이다. 나는 길거리에서 외치는 자가 되고 싶지 않다. 과격함으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우아하고 교양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도 어쩌면 맡은 역할이 멍멍멍 짖으며 사람들을 깨우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벌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어릴 때 동생과 큰아버지의 고아원이 있는 부산에 방학때 마다 가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는데, 동식이라는 아이가 크고 뚱뚱하고 징그러운 연두색 아카시아 벌레를 나뭇가지에 붙여가지고 울며 달아나는 나를 마구 쫓아왔었다. 나를 정말 많이 괴롭혔던 동식이. 그 애가 장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참 어이가 없었다. 며칠 전에 뒷마당에서 어릴 때 보았던 그렇게 뚱뚱한 벌레가 토마토 나무를 앙상하게 갉아먹고 있는 걸 보고 남편을 부르며 집에 뛰쳐들어갔다.

일년쯤 전 선명한 색깔의 애벌레들이 꼬물꼬물 바닥을 기며 사람들에게 기어올라 얼굴,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는데 사람들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웃으며 와글와글 수다떠는 꿈을 꾸고 이 방에 올린 글에도 썼었는데, 꿈에서 나는 너무 놀라서 기절해서 그 방에서 스트레처에 실려 나갔었다. 그 애벌레들이 어느 덧, 우리 몸 속 깊숙히 들어와 세포 자체를 파헤치고 있다.

2001년 911 사태가 났을 때 나는 IT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모여 잡담을 하다 전화기와 시계, 페이저 그리고 PDA가 한 기기로 합쳐져서 따로 갖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동료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했다.  그 말 직후 911 사태가 터져 우리 모두 TV가 있는 방으로 몰려갔었다.  요즘 그 때 했던 대화가 종종 생각난다.

결국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기기들 뿐만 아니라 기기와 인간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사물 인터넷의 완성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임상시험 용어 자체가 확연히 바뀌고 있다. 인간을 존중하여 우위에 두는 안전이든가 보호 등의 개념이 사라지고 그냥 “인간” “동물 A” “동물 B,” 등을 동격화하여 같은 시험에서 사용하고 “인간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인간화된 동물A의 DNA”라고 쓴다.  인간대상 시험 전에 동물 시험을 거치지 않는게 백신이 급해서라는 건 핑계인 듯 한데 이를 경고하는 의사 및 과학자들의 모습은 페이스북 및 유튜브 등에서 빠른 속도로 삭제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좌파우파로 갈린 싸움 등으로 정신팔려 있는 동안 스멀스멀 스멀스멀 맹렬한 속도로 우리에게 기어오고 있는 벌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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