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됐던 사진들

사진 왕초보인 남편과 내가 우리 교회 홈리스 사역 사진을 찍는 임무를 맡았다.  한달에 한 번, 그 것도 바쁘면 빠지기도 하지만, 갈 때마다 특별한 경험을 한다.

지난 번 찍은 사진들을 미처 전달 못하고 출장을 갔는데, 목사님에게서 사진 빨리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호텔 방에서 급하게 사진을 카메라에서 컴퓨터로 옮기다 실수로 많은 사진들이 지워졌다.  실수 한걸 깨닫고, 인터넷에서 복구 프로그램 정보를 찾아, 몇 개를 다운받아 지워진 사진들을 복구하는 시도를 했는데 안된다.  큰 상실감이 밀려왔다.

집에 돌아와 다른 일을 보면서도 사라진 사진들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침 QT 때 찾게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데이터 복구 회사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내가 시도해본 프로그램을 얘기하자,그는 솔직히 자신도 그 앱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할 수 없을 거 같다고 한다.

TV에 보면 범죄자들 컴퓨터에서 포렌식 작업을 해서 지워진 파일들도 다 찾아내는데 왜 못하냐고 물었더니, 길고 어려운 복구과정을 설명하며 수 천불의 비용이 드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될 지 모르겠지만 스텔라 피닉스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번 해보고 그 것도 안되면 포기하라고 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가 추천한 프로그램을 써서SD 카드를 스캔했는데 됐다!!  200개가 넘는 이미지 파일들이 모두 기적처럼 짠!하고 나타난 것이다!

복구된 사진들 중에는 모네 전에서 찍은 사진들도 들어있었지만 내가 제일 먼저 확인하고 황급히 두 군데 따로 저장한 사진들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지난번 홈리스 사역때 찍은 사진들이다.  잃어버렸다 찾아서 그런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잃었다 찾은 것은 사진 뿐이 아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머리 속에 잠시 저장되었다 잊혀졌을 수도 있었을 모습들, 나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셔터를 눌러댔는데 카메라가 기록한 모습들도 함께 찾았다.

아빠 옆에서 춤을 추며 웃다가 우는 어린 소년의 모습.

 

지친 아빠를 웃겨보려고 장난치다 기도 시간에 병아리 처럼 오종종 아빠에게 몰려와 함께 머리 숙인 아이들.

 

 

 

딸에게 낡은 인형을 건네고 기도하는 엄마.

 

 

카펫 청소 비즈니스를 하며 홈리스 사역을 하는 라울 목사님과 그를 돕는 홈리스 동역자들.   삭제되었던 삶에 새싹이 돋는 듯하다.  서툴게 찍었지만 소장할 가치가 있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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